수상작전시

이건희 기증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심사총평


서울에서도 독특한 장소성을 지닌 대지에 수준 높은 문화적 프로그램을 담아야 하는 현상 설계에 걸맞게 국내는 물론 해외 건축가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본인의 관심은 “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된 후에 어떠한 도시 풍경이 펼쳐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참가작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스펙터클한(spectacle) 풍경과 내러티브한 (narrative) 풍경이 그것이다. 스펙터클한 풍경은 마치 웅변하듯 드러나는 풍경이고 내러티브한 풍경은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듯한 풍경이다.

이번 현상 설계는 이 두 풍경의 싸움이었다고 본다. “어떤 풍경이 더 우위에 있냐?” 하는 싸움이 아니라 “어떤 풍경이 이 땅에 더 적합하냐?”의 싸움이었다.

5등작은 합리적인 평면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에 더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땅에 관한 이야기가 적었던 것 같다. 4등작은 두 개의 박스로 도시적 맥락을 잘 짚은 프로젝트이다. 합리적으로 공원과 율곡로3길에 잘 대응하고 두 도시 공간을 잘 연결해 주고 있다. 다만 송현공원에서 바라본 왼쪽 박스의 모습이 베를린의 한 건물을 연상케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3등작은 스펙터클한 풍경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강한 개념을 간결한 구조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다. 송현공원을 향한 내부 공간이 율곡로3길로 흘러내려서 관통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만드는 풍경은 송현문화공원에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내러티브한 풍경을 선호했을 뿐이다. 2등작은 본질적으로는 스펙터클한 풍경이지만 내러티브한 풍경도 겸비한 프로젝트이다. 기존 골목길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인 설정은 도시적으로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도시적 풍경이 스펙터클한 풍경에 가까워 당선작이 되지 못하였다.

당선작은 처음부터 본인의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3개의 매스를 도시의 맥락 속에 던져 놓고 매스와 매스의 사이 공간을 통하여 도시와 공원 그리고 인왕산을 다양한 풍경으로 경험하게 하는 설정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땅을 밟으며 느끼는 도시 풍경은 기증관 관람객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이 당선안이 가장 공공적인 성격의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도시적인 풍경의 관점에서도 당선안이 땅의 흔적과 역사를 음미할 수 있는 가장 내러티브한 프로젝트여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이 프로젝트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것 같다.

이건희 기증관을 품격있는 건축물로 탄생시키기 위하여 발주처에 다음 두 가지를 당부드리고 싶다. 첫째로 추가 공사비 확보에 관한 것이다. 책정된 예정 공사비는 당선작을 건강하고 품격 있는 건축물로 구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 혈세를 사치스러운 건축물을 지어서 낭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증관이라는 건물의 특성상 일반 건축물과는 다르게 추가로 들어가는 공사 항목들이 있는데 상설 전시공간의 인테리어 공사, 전시공간의 항온항습공사, 수장고의 인테리어 및 항온항습공사, 기타 도서관, 서점, 카페테리아, 뮤지엄샆 인테리어 공사 등이 그것이다. 이 공사비를 추가로 확보해서 건강하고 품격있는 이건희 기증관이 세워지길 기대한다. 둘째는 앞으로 송현문화공원 조성을 주관할 서울특별시와 잘 협의해서 이건희 기증관과 송현문화공원이 조화롭게 하나의 도시 공간이 되어 품격있는 서울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한다.

2024. 10. 25.
이건희 기증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심사위원장 임 재용

수상작

당선작 시간의 회복 ㈜제제합 건축사사무소
2등 미술관 길을 품다
땅의 역사 문화로 동화되다.
㈜제이유 건축사사무소, 허서구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알오에이아키텍츠
3등 하늘, 땅 그리고 사람들의 "그 곳" 이진욱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하, 스튜디오 음 건축사사무소
4등 선의 은유 : 중첩된 풍경 ㈜건축사사무소 원우건축
5등 Urban Corridor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입체적 경계의 풍경
건축사사무소닷킴(주), Soo Young Park Architekt SIA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 공모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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